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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vie parisienne

국경, 인종, 상황을 띄어 넘은 우정

by 파리 아는 언니 2022.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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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니타는 인도 사람이다. 엄청 똑똑한 IT엔지니어다. 석사 졸업하기도 전에 프랑스 대기업에 취직해 지금까지 11년을 일했다. 그런데 그녀가 어느날 만나자고 연락을 해왔다. 언젠가 한번 만나서 밥먹자 정도가 아니었다. 나 2주 후면 인도로 돌아가는데 가기 전에 보자는 거였다. 나는 만사를 제쳐놓고 반차를 내고 그녀가 살고있는 파리 남부 도시로 찾아갔다.

‘우리 첫째가 아기때 우리가 마지막으로 얼굴을 봤으니 2년 만이구나’
늘 그렇듯 엄마가 된 우리는 아이 이야기로 시작했다.
수니타는 2년 전에 비해 아주 차분하고 행복해보였다. 매일매일 살아치우는게 힘든 워킹맘의 모습은 더이상 없었다. 그동안 명상, 심리상담, 요가 등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행복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고 그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나’스스로를 찾았다고 했다. 남을 바꾸려고 더이상 노력하지 않고 나 스스로를 되찾으니, 모든 상황에 마음이 열렸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나라로 이주하자는 남편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우리는 술을 마시지도 않았는데 정말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니타는 나랑 이야기를 하면 공감하는게 정말 너무 많아 신기하다고 했다. 강한척, 프랑스인인척, 무슨 척을 하지 않아도 되어 너무 편하다고 했다. 나는 수니타랑 이야기를 하면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지혜를 얻고 마음에 치유를 얻는다. 10년 전 유학할 때도 처음에 정말 힘들었는데 수니타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면 정말 큰 용기를 얻었다. 만약 수니타가 몇백년 전에 채어났다면 부족사회에 마을마다 한 명씩 있는 지혜로운 사람이었을 것이다.

늘 내면과 외면의 평화를 찾기 위해 생각하는 그녀 덕분에 용기를 얻어 내 생활에도 뭔가 변화를 줄 시도를 하나 해보기로 결심했다.

수니타도 인도로 돌아감으로서 이제 석사 동기들 중에 파리에 남아있는 사람은 나 하나 밖에 없다. 수니타와 나는 기념사진을 찍는 것을 까먹었다. 우리 언젠가 어디선가 다시 만나 면 그때 찍는걸로 했다.

기록해두지 않으면 기억에서 사라질까봐 블로그에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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