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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vie parisienne

40살 워킹맘이 금요일에 와인을 마시면

by 파리 아는 언니 2024.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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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은 세 개의 충격적인 사건으로 설명된다. 

초등학교 6년과 중학교 2년까지 반에서 키가 제일 크고 공부를 잘하던 아이가 1등 자리에서 멀어진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서른이 다 되어서 프랑스로 유학을 온 것이다. 

세 번째는 아이를 낳은 것이다. 

 

마흔 밖에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처음으로 마흔도 짧은 시간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나는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 만 10년 째 일하고 있다. 이 회사의 장점은 안정적이라는 것이고, 사실 아무것도 안 해도 티도 안 나고, 죽어라 해도 티도 안나는 곳이고, 월 수입은 그냥 대출 갚고 먹고 살 만큼이다. 좋은 점은 내가 큰 모험을 한 유학 시절 배운 전공을 잘 살릴 수 있는 곳이고, 일이 나름 공익적이라서 보람이 있고 여러가지를 할 수 있어서 재미있다는 것이다. 

 

오늘은 충격이라고 해야 할 지 자극이라고 해야 할 지 하는 묘한 경험을 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신선한 자극이자 마치 문을 오랫동안 열지 않은 따듯하지만 쿰쿰한 냄새가 나는 방에 창문을 열어 신선하지만 싸늘한 공기가 들어와 좋은 기분인지 나쁜 기분인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나와 같은 나이의 한 사람이 어떤 유명하고 큰 기업에 임원으로 내 연봉의 12배를, 그러니까 내 일년 연봉을 한 달에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제 뉴스에도 프랑스 신임 교육부 장관이 과거 연봉이 월 35,000유로 약 5천만원 정도라는 기사를 보고 도대체 우리는 모두 24시간을 사는데 어떻게 무슨 일을 하길래 이런 돈을 받을 수 있나 했는데, 기사가 아닌 내 눈앞에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게 매우 믿겨지지 않았다. 얼마전에 34살 가브리엘 아딸 (Gabriel Attal)이 프랑스 총리가 된 것도 큰 충격이었다. 내가 살았던 파리 근교 도시 방브(Vanves)의 시의원이었고, 내가 일하는 곳 도시에서 지방 선거 때 대중교통 정거장 앞에서 시민들을 만나 유세를 하던 똑같이 눈달리고 코달린 사람이 이제는 텔레비전에서 보는 총리가 되었다는 것도 충격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수다삼아 남편에게 하니 한 술 더 떠서 예전에 저녁 식사자리에서 만났던 M이라고 하는 여자를 기억하냐며, 그 과거 후배 직원이 지금 프랑스에서 홍보 분야에서 제일 크고 유명한 H그룹의 CEO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덛붙였다. 

 

내가 이런 소식들에 민감해진 것은 최근에 평소 존경하는 어떤 분이 같이 일하자고 제안을 해주셨는데 돈은 많이 주신다고 하셨는데, 내가 아직 이 평안한 삶에서 벗어나는 것이나 변화에 대해 준비가 안되어 거절을 했기 때문에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인생은 기회를 잡는 것인데, 이렇게 젊은 나이에 성공한 사람들은 기회를 보고 잡는 눈이 있어서 일 것이고, 또 평소에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서 일 것이다. 

 

이제는 인생이라는 것이 뭔가, 성공이라는 것이 뭔가 생각해본다. 결국은 '몰입'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옛날식 관점에서는 아마 '충성도' 내게 주어진 24시간의 시간과 에너지를 얼마나 자기가 몸담은 곳이나 자기의 클라이언트에게 쏟을 수 있는지 인 것 같다. 내가 100%, 200%를 내 지금 직장에 쏟고 있냐 물으면 아니다. 70% 정도 쏟고 늘 발꼬락 하나는 다른 곳에 걸치고 있다. 어쩌면 그게 장기 근속의 비결인 것 같기도 하지만 뭐가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나도 하고 싶은 것은 많고 아이디어도 많은데, 어린 아이들을 키우고 있어서 도박같은 결정은 하고 싶지 않고,  그렇다고 고인물이 되고 싶지는 않고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마흔이 불혹, 즉,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지 않는 나이라고 하던데 ...........

 

도대체 세상일이 무엇을 말하는지, 결단력이 좋아진다는 뜻인지 .. 뭔지 더 모르겠다. 

 

암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은데, 뭔가 새장에 갖혀있는 느낌이 들어서 결단을 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안정적인데 있을 거면 개인적으로 뭔가 족적을 남길 수 있는 것을 하든지, 안정성을 버리고 하고 싶었던 것 가슴 뛰는 것을 찾아 모험을 할 지 말이다. 나서는 것은 싫지만 무시 당하는 것도 싫고, '엄마는 젊을 때 무슨일 했어?' 또는 '헐머니는 젊었을 때 무슨일을 했어?' 하고 내 아들들과 미래의 손주들이 물었을 때 뭔가 멋진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육퇴를 하고 와인을 반 병 마시니 많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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