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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vie parisienne

프랑스 국민 칼, 라귀올(Laguiole)에 대하여

by 파리 아는 언니 2022.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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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관심 갖는 프랑스 제품들 중 커트러리 세트 라귀올(Laguiole)이 요즘 핫합니다. 그런데 라귀올은 브랜드 명이 아닙니다. 칼 생산으로 유명한 지역의 이름이다. 라귀올은 오브락(Aubrac)고원에 있는 작은 마을로 몇 년 전 여름휴가로 다녀왔는데 정말 도시 전체에 칼 가게들로 가득했습니다. 라귀올 지역에서 생산되는 칼에는 특유의 벌 또는 파리 모양이 붙어있습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라귀올산 칼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구글에 프랑스어로 라귀올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문장들 중 상위에 '진짜 라귀올은 어떻게 구분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만큼 가짜가 많은 모양입니다. 라귀올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1. 라귀올은 브랜드가 아니라 특산지명 + 제품명이다.

라귀올은 칼의 종류 중 하나이자, 지역 명칭입니다. 마치 까망베르 치즈, 샴페인처럼 특정 지방에서 나는 것으로 프랑스 오브락 지역의 라귀올 군 인근에서 나는 칼을 일컷습니다. 대부분 뾰족하고 날씬한 모양과 손잡이 앞부분에 달린 파리 또는 벌 모양을 보고 알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라귀올 커트러리 세트를 혼수로 산다고 합니다. 굉장히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막상 사려고 하면 어느 브랜드가 좋은지, 왜 이렇게 여러 가지가 있는지 헷갈릴 것입니다. 

 

2. 진짜 라귀올에는 생산자이름 사인이 있다.

진짜 라귀올 지방에서 만든 라귀올 칼에는 Laguiole이라고 적혀 있지 않습니다. Forge de Laguiole, Laguiole en Aubrac, Laguiole Fontenille Pataud, Laguiole G. David Arbalette

등의 생산자 이름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출처 Sabatier-K (상)Lauiole이라고 써있는 가품 (하)생산자명이 조각된 진품

3. 진짜 라귀올에는 대갈못이 한 줄로 박혀있다. 

(상) 대갈못이 삼각형으로 박힌 가품, (하) 대갈못이 일자로 박힌 진품

3. 십자가 모양이 있다. 

모든 라귀올 산 칼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통적인 라귀올산 칼에는 위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십자가 모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옛날부터 이 지역은 소를 키우는 목축업을 하는 지역입니다. 따라서 목동들이 이 칼을 가지고 하루 종일 나가서 일을 하다가 쉬는 시간에 빵을 자를 때 각자 가진 칼에 있는 십자가를 보고 기도를 했다고 합니다. 

 

4. 누구나 라귀올을 팔 수 있다?

라귀올은 브랜드명이 아니고 지방의 이름이라 법의 보호를 받지는 못한다고 합니다. 오직 칼에 새겨진 생산자명으로만 진품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라귀올 칼이 퓌드돔(Puy-de-Dôme)에 있는 티에르(Thiers)지방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티에르 지방에서 생산되는 칼 중 80%가 라귀올 칼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유명한 쟝 뒤보도 티에르 지방에서 난 것입니다. 라귀올은 프랑스의 보르도 산 와인, 까망베르 치즈 등 지리적 표시제도에 해당되지 않고 있습니다. 1993년에 Gilbert Szajner라는 사람이 프랑스산 및 외국산으로서 라귀올 브랜드를 사용하는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라귀올이라는 단어로 상표권 등록을 신청했고, 1997년 라귀올 시의 반대로 오랜 기간 법정 다툼을 벌였으며, 21년이 지난 2014년에 유럽 상표권 등록이 취소되었습니다. 법은 라귀올이라는 말이 브랜드는 아님을 인정했고, 이는 일반 명사처럼 사용되어 '칼 좀 줄래?' '라귀올 좀 줄래?'같은 것이 되어 사실 누구 소유의 브랜드라고 주장할 수 없다고 합니다. 호치키스, 포스트잇 이런 느낌인가 봅니다. 현재 라귀올 제품의 지리적 표시제도 인증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뭔가 충무김밥, 한산모시  같은 건가..)

 

5. 진짜 라귀올 지방에서 나온 라귀올은 비싸다.

라귀올을 대표하는 접이식 칼의 경우 라귀올에서 제작한 것의 경우 약 80유로(10만원 정도) 한다고 합니다. 

유명한 제품 디자이너인 필립 스탁이 Forge de laguiole과 제작한 라귀올 커트러리 6종 세트의 경우 약 340유로(약 50만 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꼭 라귀올 지방에서 난 라귀올 칼이 아니고 Made in France 이기만 해도 좋은 상품이 많이 나오고, 라귀올 지방에서 난 라귀올 커트러리는 구하기 쉽지 않으니 한국에서 파는 것을 사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한국은 공산품의 부가가치세가 10% 이지만 프랑스는 20%입니다. 그래서 같은 상품을 한국에서 수입품으로 사셔도 가격이 비슷하거나 더 싼 경우도 많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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