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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그렇게 전용기와 차를 타셔야만 했나요? 윤석열 대통령 영국 조문 실패 근본 원인은 융통성 없는 사고방식, 걷고 지하철, 자전거 타는 프랑스 정치인들

by 파리 아는 언니 2022.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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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영국까지 가서 엘리자베스 여왕의 장례식 조문을 취소한 것에 대해 논란이 많다. 

런던에 차가 너무 막혀서라는 게 그 이유다. 여당은 국가의 대표로 나가 있는 사람을 응원해야지 정치적으로 비난하냐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런 논리는 '우리 아이가 부족해서 실수할 수도 있지 응원은 못할 망정 비난하지는 마라'는 식의 그냥 근거 없는 감싸주기와 대통령이면 무조건 받들어 세워주고 비판하면 안 된다고 하는 제왕적 권위 행세를 인정하는 꼴이다. 게다가 어떤 뉴스에는 외교부와 주영 한국대사관 직원들의 부족함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한다. 이건 더욱더 말도 안 되는 논리다. 영국 여왕의 장례식에 초청받은 사람은 대통령이고, 대통령이 초청받은 이유는 조문이다. 직원들은 대통령의 일정이 잘 소화되게 돕는 일을 하는 것이고 그걸로 월급을 받아 사는 사람들이지, 대통령의 조문외교 실패의 '책임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실패의 책임은 대통령이다. 또 영국으로부터 홀대를 받았다는 기사도 있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초대하고 이동 수단을 제공했으면 시간에 맞춰서 오는 것은 손님의 몫이다. 밥을 숟가락으로 떠 먹여 주는 것도 모자라 소화까지 시켜 달라고 하는 꼴이 아닌가. 

 

정치인, 높은 사람이 이동 중 테러를 당하거나 손해를 입어 중요한 일을 못하게 되면 안되기 때문에 이전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어린 아기처럼 일거수일투족을 전부 다 '대신'해주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21년 법무부 장관이 연설할 때 직원이 비 오는 날 비를 철철 맞으면서 우산을 대신 들어주는 것, 17년에 국회의원 김무성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자기의 트렁크를 누군지 보지도 않고 노룩 패스한 것들 전부 이런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차가 막히니 걸어가자는 생각은 왜 못했을까? 왜 마크롱 대통령은 걸어갈 생각을 하고 윤 대통령은 못했을까? 

 

한국에서는 높은 사람들이 모두 의전 차량을 타고 다니고 걸을 일이 전혀 없기 때문에 걷는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화가 그러니 당연히 수행하는 직원들도 감히 대통령보고 차에서 내려서 걸어가시는 게 어떨까요 하고 말도 못 했을 것이다. 또 전용기 말고 일반 여객기를 타고 오라는 권고에도 굳이 전용기를 탈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런 유동적이지 못하고, 고정관념과 관습에서 벗어 나오지 못하는 고착화된 사고방식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한다. 

 

반면 오늘 프랑스 언론은 국무총리인 장 카스텍스(Jean Castex)가 혼자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그는 의전차량과 기사, 수행 경찰 등 모든 특권 혜택을 거부하고 비서 하나만 수용했다고 한다. 일반 직장인들과 같이 출근 시간에 지하철에 혼자 앉아서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 프랑스 네티즌들은 우스꽝스러운 밈을 만들기도 했다. 뭔가 더 친근해지는 느낌이다. 

지하철 타고 있는 프랑스 장카스텍스 장관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장례식에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도 걸어갔다. 

운동화를 신고 장례식에 걸어가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 부부
장례식에 걸어서 도착한 마크롱 부부

 

물론 프랑스와 영국은 우리와 일본처럼 이웃 나라라서 사이가 좋기도 하지만 나쁘기도 해서 장례식에 운동화를 신은 것, 선글라스를 낀 것 등을 비난하는 영국언론들도 있다. 그래도 외국 출장의 목적인 '조문'은 했기에 목적 달성은 하고 왔다. 오히려 그렇게 해서라도 달성하고 온 것이 잘한 것이라고 본다. 

 

파리의 시장 안 이달고 (Anne Hidalgo)는 평소에 자전거를 타고 이동한다. 환경 보호를 위해서 파리 시내에 아주 획기적으로 자전거 도로 공사를 마쳐 자전거 대혁명을 이룬 업적이 있는 그는 스스로도 자전거를 탄다. 이건 단순히 사진에 찍혀 표심을 얻기 위한 정치 쇼가 아니다. 나도 자전거로 출근하다가 몇 번 마주쳤다. 그냥 자전거에 진심인 거다. 

자전거를 타고 있는 파리 시장 안 이달고

 

윤 정부의 인터내셔널 호구 사례가 너무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도 있는데, 매번 비난을 받을 때 마다 대통령실 대변인이 내놓는 말들이 더 논란을 키운다. 적군인지 아군인지 모르겠다. 외교도, 국무 대변인도, 대통령마저도 다들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것 같아 보여 나 같은 무지렁이 국민은 조금 불안하다. 전 세계가 대한민국을 중요한 나라로 생각하고 본격적인 인싸들의 무대에 초청을 하는데 정작 대통령과 대통령 주위의 공무원들만 그런 급부상 중임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어쩌면 이런 외교 참사 비난, 노룩 악수, 눈 감은 사진 등 여러 가지 사례를 거치고 더 노련하고 세련된 외교를 잘 펼치는 대통령으로 급발전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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