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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육아 핵심. 나라가 같이 키움

by 파리 아는 언니 2022.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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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는 확실히 출산 육아 방법이 다르다. 물론 요즘 집에서 낳는 자연주의 출산이나 긍정적육아법(education positive) 운동 같은 것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현시대의 모든 양육자들이 비슷하게 생각하고 새로 부모가 되는 사람들에게 가르치는 것들 중 한국과 다른 것들을 몇가지로 추려보려고 한다.

1. 나라가 같이 키워줌

- 임신 사실을 알게되면 의사의 진단서를 들고 정부(Assurance maladie)에 신고한다. 그래야 매달 받는 정기검진이나 초음파검사, 출산 등을 공짜로 할 수 받을 수 있다. 또 매달 이때는 '이것 하세요~' 하고 통지서 같은 것도 우편으로 주기적으로 배달된다. 태아가 들어서자마자 뭔가 나라에서 관심을 가지고 같이 키우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임신 신고 하나로, 출산이나 병원진료는 물론이고 육아휴직, 소득세, 어린이집 등록 등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어서 참 중요하다.

- 나는 첫째 출산을 여성전문병원으로 잘 알려진 포트로와얄(Port royal) 병원에서 했다. 매달 검진도 공짜이고, 출산도 공짜이고, 입원도 공짜다. 출산을 하고 나면 모자동실 1인실로 간다. 그때부터 아기 씻기는 법, 기저귀 가는 법, 배꼭 소독하는 것 등등을 다 배운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애 낳고 나니 몸도 이상하고 정신도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주어진 시간은 3일 뿐! 이때 다 배워야 집에 가서 애를 잘 돌볼 수 있다. 나는 노트를 가지고 가서 병원에서 해주는 말을 다 적었다. 프랑스 일반 의료진이 친절하다는 생각은 안드는데 애기 낳을 때는 정말 모든 것이 산모 중심이다. 완전 우쭈쭈. 퇴원할 때 유축기를 공짜로 빌릴 수 있게하는 처방전, 괄약근 재활 10화 처방전, 피임 무료로 할 수 있는 처방전을 준다. 애 낳은지 3일된 퇴원날 피임 어떻게 할거냐고 물어보는데 정말 1도 생각 하지 않은 거라 말문이 막혀서 모르겠다고 했더니 콘돔을 무료로 살 수 있는 처방전도 주었다. 약국에 가져가니 정말로 공짜로 주었다.

내가 애 낳은 병원 포트 로와얄(Port Royal Maternité) 뷰도 좋고 서비스도 좋다​

- 애를 낳고 나면 동네에 있는 PMI라는 곳에 가라고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PMI가 되게 싫었지만 좋아하는 엄마들도 많다. 가면 양육전문가들이 있어서 모유수유 잘 하는 법 상담, 월령별 발달 체크, 몸무게 체크 같은 것을 받을 수 있다. 다 공짜다. 참 좋은 취지의 기관인데 나랑은 안맞았다. 가면 나같은 초보 엄마에 지친 공무원 의료진들이 1가지 물어보면 10가지를 기계적으로 다다다다 알려주는데 나는 뭔가 멘탈이 탈탈 털리는 기분이었다.

- 또 나라에서 공짜로 해주는 것 중 하나로 '애 낳은 여자 괄약근 재활치료'를 10회 무료로 해준다. 산파(Sage femme)나 물리치료사(Kinésithérapeute) 한테가서 하면 된다. 예약은 doctolib.fr. 10번의 조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몸에 어떤 센서를 넣고, 조으는 훈련을 게임식으로 하는 것인데. 슈퍼마리오 같은 것이 날아다니면 괄약근으로 조아서 날아가는 새 같은 것을 잡는 것이다. 정말 태어나서 별 희안한 경험을 다 해본다고 생각했다. 효과는? 물론 좋은 효과를 얻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이건 좀 나라 세금 낭비라고 생각한다.

괄약근 재활하는 모습.  출처

 

- 출산을 하고 나서 모든 것이 정상이면 3일정도 안에 신생아를 집으로 데리고 온다. 집으로 데리고 오면 당연히 부모는 패닉 상태. 나라에서 산파(Sage femme)을 집으로 보내준다. 그 분은 엄마의 괄약근 회복 상태도 봐주고, 신생아의 건강상태도 체크한다. 집이 신생아를 키우기 적합한 환경인지도 확인하고 가르쳐준다.

- 프랑스의 출산휴가는 첫 아이의 경우 16주다. 애 낳기 전 6주, 애 낳고 나서 10주. 그 이후에 육아휴직을 쓰려면 쓸 수 있지만 급여는 없다. 무급 육아휴직을 쓰면 나라에서 400유로 준다. (신청은 CAF에다가 하면됨). 그러니까 임신진단서를 받자마자 어린이집(Crèche)부터 알아봐야 한다는 것이 사실이다. 출산휴가 중 회사에서 내는 돈은 0, 나라에서 급여를 준다. 또 노동법상 임신했다고 아니면 애를 낳았다고 차별 절대 할 수 없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 어린이집은 각 시에서 하는 것이 있고, 사설이 있고, 공동육아 식으로 부모들끼리 모여서 하는 협회식이 있다. 천지 인것 같지만 사실 자리 얻기가 쉽지 않다. 어린이집에 자리가 없거나 어린이집을 안보내고 싶은 가족들은 집근처 육아보조사 어시스턴트 마떼르넬(Assistant maternel)로 보낸다. 육아보조사는 자격증이 있는 개인으로 그 집에서 애들 3-4명을 맡아준다. 아니면 베이비시터(프랑스말로는 누누 Nounou)를 집으로 출퇴근 하게 할 수도 있다. 당연히 엄빠 중 한명이 집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으면 집에서 스스로 키우는 집도 있다. 다행이도 우리집은 몇 번의 눈물겨운 편지를 보내서 집과 아주 가까운 곳에 자리를 얻었다. 와 씨 근데 진짜 한 곳은 회사 복직 일주일 전에 연락하고, 한 곳은 복직한 다음날 연락하는 건 또 뭐하자는 거지. 2011년에 프랑스 처음 올 때 비자도 비행기 타기 전날 주더만 이나라는 진짜 사람 애간장 탄다는 말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 같다. 여튼 보육에 드는 비용을 나라에서 보조해준다. 소득수준에 따라 다른데 지극한 평범 중산층인 우리 집은 어린이집 비용의 절반 정도를 소득세에서 공제해주었다. 소득 수준이 높지 않거나 아이 숫자가 많으면 다달이 통장으로 돈을 넣어준다. 우리집은 아침 8시30분부터 저녁 6시까지, 월~금 맡기는데 한 달에 700유로(한 백만원) 정도 낸다. 이중 반 정도는 소득세에서 깎아주니까 대략 50만원 정도 낸다고 볼 수 있겠다.

어린이집 모습.  출처

 

 

어린이집 모습 출처  www.creche-attitude.fr
 

- 애가 태어나서 만 2살 까지는 많이 아프다고 한다. 우리 애도 어린이집을 6개월부터 보냈는데 그때부터 한 7~8개월간 쉬지 않고 아팠다. 아이가 아프면 의원에 데리고 간다. 왜 병원이 아니고 의원이라고 하냐면, 프랑스에서는 병원은 정말 큰 종합병원만 병원이라고 하고, 의사를 찾아가면 그냥 사무실에 책상 의자 하나, 청진기, 혈압재는거, 체온계, 컴퓨터, 프린터만 덩그러니 있다. 일반적으로 어디가 아프면 그런 의사 사무실 의원에 데리고 가고, 그 의사가 더 큰병원에 가라고 소견서를 써줘야 큰 병원에 갈 수 있다. 위급한 상황에는 15번에 전화를 걸면 상황의 심각성을 전화로 상담하고 나서 집으로 오는 SOS medicin을 보내주거나, 응급차를 불러준다. 일반 의사를 찾아가서 상담하면 우리 의사의 경우 65유로를 내고, 이중 45유로 정도는 돌려받는다. 결론적으로 3만원 정도 낸다. 의사 처방전이 있으면 약은 공짜다. 우리애는 8개월 때 전신마취를 하는 수술을 하고 입원을 해야했었는데 싹다 공짜였다. 수술 한 달 후 점검 때 7.5유로(약 만원) 냈다. 그때 이나라 참 고맙네 생각했다.

- 만 3살부터는 유치원과 비슷한 학교 에꼴 마떼르넬(école maternelle) 에 보내는 데 학비는 공짜이고, 소득 수준에 따라 점심 급식비는 내야한다. 아이들은 반드시 교문 안에 들어가서 선생님 손에 넘길 때까지 부모 중 한명 (아니면 부모가 승인한 사람)이 아이를 데리고 있어야 한다. 지금 한국은 어떤 지 모르겠지만 내어릴 적 (30년 전 ㅋㅋ 웁스) 처음 만 6살에 유치원 갈 때 당시 6학년이었던 큰언니가 데려다 주고, 끝나면 그냥 이웃 동네에 사는 아이들이랑 걸어서 집에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만....


한국이 부러운 것은 소득 수준에 관계 없이 출산 축하금이나 육아지원금을 준다는 것이다. 각 지자체에서 선물도 주고 복지 카드도 주고, 어린이집 비용도 보조해주어 별로 많이 안낸다고 한다. 한국에 인구가 줄어든다는데 나는 반은 프랑스인이지만 반은 한국인인 아이 둘을 낳아 출산율 성장에 기여했는데 재외국민이라 한 푼의 혜택도 없다. 

프랑스는 소득수준을 카테고리화하여 복지, 세금, 은행 등등 전부 이걸 사용한다. 그래서 일정 소득 이상이 되면 수 많은 복지 혜택을 1도 못받는다. (그게 나와 나의 남편이다 ㅠ). 일정 소득 이하가 되면 이 혜택 저 혜택을 받아 결국 우리 가정보다 더 잘 살지도 모른다. 신세한탄을 하면 끝도 없으니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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