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arentalité

이상적인 프랑스 육아, 실제로는?

by 파리 아는 언니 2022. 1. 25.
728x90
반응형

이십 대 미혼 아가씨로 프랑스에 왔을 때, 한국과 다르다고 느낀 것 중에 하나가 아이들이 소란스럽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결혼도 하기 전이었고, 남친도 없었고 육아는커녕 결혼 생각도 없을 때라 육아란 나와 다른 세상 이야기 었지만 워낙에 차이점이 눈에 띄어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하면 알아내야 하여 당시 파멜라 드러커맨이라는 미국 여자가 쓴 '프랑스 아이처럼'이라는 책의 한국어 번역본을 읽었습니다. '와 어쩜 내가 느낀 거랑 이렇게 똑같이 느끼지' 하며 정말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식당에서 소란스럽게 뛰어다니지 않는 아이들, 엄마 아빠가 멈추라고 하면 멈추는 아이들 등 정말 맞는 말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읽었을 때는 육아를 하기 전이라 실제 여기서 아이를 낳고 키우게 되면 다 그런 거구나 하면서 읽었습니다. 

 

지금은 몇 년의 세월이 흘러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하나는 낳은지 3년이 되었고, 하나는 3개월입니다. 프랑스에서의 임신과 육아 이야기, 프랑스 육아에 대한 환상과 실제에 대해서 나누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른 가정은 어떻게 교육하는지 모르겠지만 저희 집의 경우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나누고 싶습니다. 만약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조언을 주셔도 감사하겠습니다. 

불펌금지

 

▶레스토랑에서 소란을 피우지 않는 프랑스 아이들
   맞습니다. 프랑스 식당에서 아이들은 비교적 조용히 있습니다. 식당 뿐만아니라 집에서도 음식을 먹을 때는 식탁에서만 먹고 돌아다니면서 먹는 경우가 드뭅니다. 어린이집에 가보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들 여러 명이 조그만 식탁에 모여 앉아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저희 집의 경우에는 아이가 이유식을 먹으면서 식탁에 앉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모든 음식은 식탁과 하이체어에 앉아서 먹는 거라고 가르쳤습니다. 혹시라도 일어서서 먹거나 돌아다니면서 먹으려고 하면 무조건 '니 자리 가서 앉아서 먹어라'라고 고쳐줍니다. 이 아이는 음식을 돌아다니면서 먹어도 되는 세상을 본 적은 없기 때문에 자기도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식당에 데리고 간 적이 많이 없지만 데리고 갈 때 아이는 제 자리에 앉아서 주는 음식을 먹기도 하고 냅킨으로 장난을 치기도 했습니다만 남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았습니다. 아이는 어른을 따라 하는 것을 좋아하니까 제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주는 음식을 받아 잘 먹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아이도 따라 했습니다. 물론 아직 전식, 본식, 후식이 나오며 오랜 시간 동안 음식을 먹어야 하는 레스토랑에 데리고 가본 적은 없습니다만 성공하게 되면 후기를 남기겠습니다. 


▶ 출산은 스포츠도, 종교행위도, 숭고한 고통도 아니다

 파멜라 드러커맨은 위와같이 프랑스 여자들에게 출산은 스포츠도, 종교행위도, 숭고한 고통도 아니고, 무통주사를 맞고 쉽게 해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것도 맞는 말 같습니다. 다만 무통주사 (페리 듀랄)을 일부러 안 맞는 산모들이 꽤 있습니다. 저도 두 번의 자연분만 모두 무통주사를 맞고 아주 쉽게 했습니다. 다만 한국과 다른 것이 있다면 산모가 원한다고 제왕절개를 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산모들이 9개월 동안 집에만 있는다거나 바깥 생활을 꺼리지 않습니다. 건강이 허락한다면 밤에 춤추러도 가고 만삭의 배를 하고 파티의 자리에도 빠지지 않더라고요. 아이를 낳고도 마찬가지, 아이를 데리고도 카페나 레스토랑에 잘 나갑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주 갓난아기도 담배연기가 자욱한 카페의 테라스에서 햇빛을 받게 하는데 음.. 저는 저의 아이들을 그렇게 일찍 노출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나름 논리가 있겠지요.


 밤새 잘 자는 아기들 _ 생후 4개월이면 모든 아기는 깨지 않고 12시간을 내리 잔다?

프랑스 육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수면교육, 아기들은 자기 방, 자기 침대에서 조용히 잔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출산병원에서 권하는 바는 생후 초반에는 코도도(Co-dodo)라고 아기침대를 엄마 침대 옆에 붙여서 재우는 것을 권장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지역은 모르겠지만 파리는 집값이 워낙 비싸서 아이가 나올 때 쯤 방 2, 3, 4개의 집을 이미 가지고 있는 커플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첫 아이가 태어나서 신생아 때부터 자기 방에서 혼자 자는 경우는 거의 보질 못했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생후 4개월이면 모든 아기가 깨지 않고 12시간을 내리 잔다? 그렇게 되려고 훈련하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제시간에 빨리 자는 것은 부부관계에도 가정의 화목에도 중요하기 때문에 수면교육을 다들 꼭 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수면교육이란, 아기가 젖을 물고 자거나 편한 곳 아무데서나 자는 것이 아니라 자기 침대에 누워서 자도록 교육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초반에 울더라도 조금 내버려 두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저희 집의 경우에도 아이가 어릴 때부터 수면교육을 시작해서 백일쯤 되었을 때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제시간에 스스륵 잠들어 통잠을 잤습니다. 그런데 뭐든 책대로 되는 것은 없더군요. 여름휴가철에 휴가지에서 부모와 한침대에서 자거나, 잘 시간을 넘겨 자는 경험을 하고는 이 수면교육이라는 것은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후 자꾸 감기를 달고 오는데 그때마다 같이 잤더니 열이 떨어지고 나서 수면교육을 다시 해야 해야 했습니다. 아주 완벽하게 잘 지켜지는 가정도 있겠지만 저희 집은 정말 노력을 많이 했어야 했습니다. 


 기다려! _ 조르거나 보챈다고 원하는 것을 가질 수는 없다

이건 맞습니다. 아무리 졸라도 가질 수 없는 것은 가질 수 없습니다. 이건 프랑스 육아 뿐만아니라 제가 어릴 때 저희 엄마 아버지도 똑같이 교육해주셨습니다. 저희 아이도 미운 세 살이다 보니 별의 별것을 가지고 다 보채는데 그때마다 안 되는 건 안된다고 엄마도 아빠도 똑같이 대답합니다. 아이는 한 가지를 허용하면 다른 것을 가지고 또 보채고, 그것을 가지면 다른 것을 가지고 또 보채서 아예 처음부터 단칼에 안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사과주스가 다 떨어졌고 아이도 이를 잘 알고 있으면서 사과주스를 달라고 운다거나 목욕하는 시간에 목욕을 안 하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싶어서 운다거나 하는 것들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애가 보채려고 보채는 거랑 진짜 원하는 것은 다릅니다. 어른도 마찬가지잖아요. 기분이 안 좋으면 남편한테 혹은 부인한테 괜히 짜증내고, 받아주면 더 짜증내고.... 아이가 이럴 때는 '아 지금 엄청 피곤하구나'로 해석해서 '네 방에 들어가서 공갈젖꼭지 좀 빨고 다시 기분이 좋아지면 거실로 나와서 놀자'라고 합니다. 그럼 아이가 자기 혼자 방에 가서 있다가 심심하면 착한 눈을 하고 다시 나옵니다. 

 
 작고 어린 인간 _ 아이는 2등급 인간도, 부모에게 속한 소유물도 아니다

이것도 맞는 말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어른들이 아이에게 어린이처럼 목소리를 내거나 애교를 부리면서 말하지 않고 어른이랑 똑같이 대하더라고요. 물론 쉬운 단어를 쓰고 차근차근 설명하면서요. 부모에게 속한 소유물이 아닌 것은 확실합니다. 내 마음대로 신념대로 키울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닙니다. 서너살 된 아이에게 장래 희망이 뭐냐고 물어보지 않습니다. 부모는 거의 모두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게 둘 것이라고 답합니다. 또 만 3살이 되면 유치원에 가야 하고, 거기에서는 일괄된 방법으로 아이들을 교육합니다. 2019년에는 아이들에게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엉덩이를 때리거나 귀싸대기를 때리는 일이 법으로 금지되었습니다. 만 15세 미만의 아이들에게 폭력으로 교육을 할 경우 최대 45,000유로(약 6천만)의 벌금 또는 최소 8일에서 3년의 징역형에 쳐해 질 수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길에서 아이들에게 귀싸대기도 때리더라 하는 목격담은 옛날이야기입니다. 


 탁아소 _ 프랑스 아이는 엄마가 아니라, 온 나라가 함께 키운다

정말 맞습니다. 임신한 직원을 해고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고, 출산휴가 16주간 급여는 거의 대부분 국가에서 지불합니다. 그러니까 회사 입장에서도 직원이 임신했다고 절망할 일이 없습니다. 아이가 2.5개월되는 때부터 큐레슈(Crèche)에 보낼 수 있습니다. 경쟁이 심해서 자리를 얻기가 어렵습니다. 자리를 못 찾으면 아이를 2-3명씩 봐주는 데이케어인 Assistante maternelle에 보냅니다. 이것도 각 구청에서 승인된 사람들이 영업할 수 있습니다. Assistante maternelle을 하려면 아이들의 응급처치 등 중요한 것들을 교육받아야 합니다. 또 만 3세부터 유치원에 가고, 만 6세부터 학교에 가서 글읽는 것과 숫자 등을 배웁니다. 아이가 아프면 진료비는 우리나라의 의료보험공단 격인 Sécurité Sociale에서 환급해줍니다. 환급대상이 아닌 것은 실비보험 (근로자라면 직장에서 가입해주는 것)이 커버해줍니다. 가난하고 험악한 동네일수록 정부에서 가난의 대물림을 끊고 국민 통합을 위해 국가의 예산을 적극적으로 지원합니다. 각종 협회가 일을 하고 정부는 그런 협회들을 선발, 승인하여 재정을 지원하는 등으로 말입니다. 


 분유 먹는 아기들 _ 모유가 좋다는 건 안다, 그러나 엄마 인생이 더 소중하다

이것도 맞는 말이긴 한데, 실제로는 모유수유를 엄청나게 권장합니다. 출산 병원은 물론이고 PMI(Protection maternelle et infantile)라고 하는 모자보호센터에서는 징하게 모유수유를 권장합니다. 한국처럼 모유수유 전문가가 따로 없어서 유선염 등 문제가 발생하면 엄청나게 고생해야 하는데도 PMI 직원들은 아주 전문가 납셔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가르치고 난리 법석을 피웁니다. 그런 압박에 하던 모유수유도 때려치우고 싶을 정도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프랑스인 친구들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일종에 뭔가 사이비 종교 같이 맹목적이고 끈질기게 설득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네요. 낙동업이 발달한 프랑스에서 과거 7-80년대에는 분유를 매우 권장했다고 합니다. 엄마의 인생이 소중하다는 것, 남녀평등 등의 여러 이유로요. 하지만 지금은 모유 권장 붐이 일고 있습니다. 그만큼 전문가는 별로 없습니다. 전문가라고 자칭하며 영업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1시간 방문에 60유로(약 8만 원)를 받는데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완벽한 엄마는 없다 _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하는 엄마는 불행한 아이를 만들 뿐이다

이 부분도 정말 맞는 말입니다. 다만 프랑스만 그런건 아니고 한국을 비롯한 모든 선진국이 다 비슷한 거 아닌가 싶습니다. 아이를 낳고 직장을 그만두는 일은 흔하지 않습니다. 물론 셋, 넷 낳으면 모르겠지만요. 전반적으로 아이를 위해 커리어나 외모 같은 아이가 생기기 전의 것들을 포기하는 분위기가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선진 된 사고방식 아니냐 생각할 수 있지만, 제가 겪어보니 이건 뭐 일하면서 애 키우기도 바쁜데 외모관리까지 해야 하나? 애 낳고 난 여자의 모습을 그대로 아름답다고 생각해주면 안 되는 건가? 굳이 애 낳기 전의 몸매만 일률적으로 아름다움을 인정받아야 하는 건가 싶은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실제로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인스타그램에는 산후를 뜻하는 Postpartum해시태그가 등장하며 임신 선이나 처진 배 등을 드러내 놓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각자 형편대로 할 수 있는 것을 제대로 한다는 마음가짐이 프랑스 육아에 보편화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대장 _ 프랑스 부모는 소리치지 않고도 권위를 확립한다

아이가 떼를 쓰면 프랑스 양육자들이 자주 하는 말 중에 'Ce n'est pas toi qui décides' '결정은 니가 하는 게 아니야' 또는 'c'est pas toi chéf' '네가 대장이 아니야'라는 말이 있습니다. 미운 세 살이 있는 저희 집에서는 거의 매일마다 하는 말입니다. 아이들은 천방지축 같아도 제법 어른 말을 잘 알아듣습니다. 듣고도 따르지 않으면 들을 때까지 단호하게 말하면 듣습니다. 아이에게 어느 정도 자유는 주되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스스로를 다치게 하는 것 등은 절대 양보하지 않습니다. 그걸 꺄드르(Cadre, 틀)이라고 하는데 이 틀은 어떤 일이 있어도 변하지 않습니다. 예외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저녁밥을 먹고 나면 양치하고 잠자리에 들어야 하고, 책을 몇 권 읽고, 자장가는 몇 개를 부르고, 불을 끄고 자는 등 가족들이 세운 규칙이 있을 것입니다. 예외를 두지 않고 (아플 때는 빼고) 이대로 무조건 해야 된다고 이해하고 나면 그 까드르 안에서 아이도 편안함을 느낍니다. 오늘은 이랬다 내일은 저랬다 하는 것이 아이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이 틀만 서로 잘 지키면 부모는 소리치지 않아도 됩니다. 소리친다고 권위가 생기지 않습니다. 어른들의 세계도 마찬가지인 것처럼 아이들도 똑같습니다. 

 

이상 파멜라 드러커의 책 프랑스 아이처럼의 목차 몇가지만 인용해서 제가 느낀 프랑스 육아에 대해 적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 경험이라 다른 의견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충분히 압니다. 프랑스는 사회적 그룹마다 행동이 많이 다르니까요. 앞으로 아이들이 더 성장해서 학교는 어떻게 다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반응형

댓글